“공중부양 강기갑의원, 황당한 무죄판결”
요 며칠간 언론은 강기갑의원의 국회 내 난동 사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을 납득하지 못하는 국민들의 반응에 관해 대서특필하고 있다.
강기갑의원이 국회 경위의 멱살을 잡아 폭행함으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항의의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위해를 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 했다.
또한, 강 의원이 당시 박계동 국회사무총장실에 침입해 난동을 피워 박 총장의 업무를 방해(방실침입과 공무집행방해)한 혐의에 대해서는 “박 사무총장은 당시 소파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는데 신문 보는 것이 공무의 일환일수는 있지만 박 총장은 이미 비서가 스크랩해준 신문을 본 뒤여서 공무 중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폭행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보면 대부분 폭행혐의자는 자신의 범행을 축소시키려는 속성이 있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 놓고 손바닥으로 때렸다 한다. 피해자의 얼굴을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주먹으로 가격해 턱뼈가 골절되게 하고서도 ‘주먹으로 얼굴을 밀은 사실만 있을 뿐 때린 사실은 없다’고 한다. 수사관이 ‘그게 때린 게 아니고 뭐냐’고 하면 그때서야 고개를 숙이고 잘못했다고 한다.
칼로 배를 찔러 놓고도 찌른 게 아니라 칼을 배에다 대고 겁만 주려고 했는데 피해자가 먼저 다가와 찔린 것이라고 변명한다.
멱살을 잡은 행위가 폭행이 아니라는 결론은 경험과 상식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
국회사무총장실에 쳐들어가 사무총장이 신문을 보고 있는 탁자에 올라간 후 그냥 발로 내려 차는 것도 모자라 점프를 해서 떨어지는 체중을 실어 두발로 책상을 수없이 차 탁자를 부순 행위에 대해 “당시 강 의원은 극도로 흥분한 상태로 탁자를 부순다는 인식(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 했다. “밀기만 했는데 다쳤다”는 것과 같은 변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준 것 같은 결과다.
사기, 횡령 등과 같은 계획적 범죄행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폭행, 상해, 살인, 손괴 등과 같은 즉흥적 범죄에서 흥분하지 않고 벌이는 행위가 있을지 의문이다.
욕하고 언쟁을 하기만 해도 한동안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흥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니 주먹질하고 칼로 찌르고 할 때 흥분이 안 될 수 없을 것이다.
일단 흥분되면 과격해지고 파괴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때려서 다치게 하고 무언가 부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흥분되면 상해나 손괴의 인식이 저절로 들고 고의성이 생기는 것을 일반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사무총장실에 난입한 부분은 ‘방실침입’으로 공소제기 됐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론 내렸는지 궁금하다.
조합이나 단체, 건설공사현장 등에서 발생하는 각종 갈등과정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주거침입, 방실침입, 건조물침입 죄다.
형법 제319조는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는 경우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런데 주거침입죄에서의 ‘침입’의 개념이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하는 것과 다소 다를 수 있어 주의를 요한다. 평소 자유롭게 드나들던 장소라 하더라도 무언가 나쁜 생각이나 목적으로 들어갈 때는 침입이 될 수 있다.
무효인 경락허가결정에 의해 점유를 이전 받은 자의 주거에 소유자가 무단으로 들어간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법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태를 보호해 주려는 관성이 있다. 현재 주거나 건조물을 점유 또는 관리하는 상태를 유지 보호하려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변화시키려면 법의 힘을 빌려야지 개인이 스스로의 판단이 옳다고 해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 경우 분쟁의 연속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의 어느 대학 주변에 건축된 상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업시행자 갑(甲)은 상가건물 준공과정에서 회사를 부도내고 도피했다. 이에 상가 분양자들은 비대위를 결성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표자를 선출하고 관리비 징수를 포함한 상가관리권 일체를 대표자에게 위임했다.
그러는 사이 갑은 하수인 을(乙)을 내세워 폭력배들이 경영하는 용역회사에게 상가관리실 경영을 맡겼다.
상가분양자들로부터 경영권을 위임받은 병(丙)이 자신의 적법한 관리권을 내세워 상가 내에 별도의 관리사무실을 임시로 만들려고 하자 을과 하수인들이 사무실 칸막이 등을 부수고 집기를 치운 후 병과 일행들로 하여금 상가 건물 내의 출입을 못하도록 봉쇄했다.
병은 궁리 끝에 다른 용역업체에 의뢰해 심야에 건물의 출입문 일부를 배척, 해머 등으로 부수고 들어가 관리 사무실을 점령하려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돼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후에 병은 을 상대로 관리권 및 건물 점유 배제를 내용으로 하는 가처분신청을 해 법원으로부터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졌으나 이미 건물에 침입한 행위에 대해서는 건조물 침입죄가 인정돼 검찰로부터 공소제기 됐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가 통하지 않는다. 국가가 개입해 사적인 분쟁을 빨리 종식시키고 전체에게 평온을 찾아주기 위한 법의 깊은 배려 때문이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세상이 아닌 주먹은 멀고 법은 가까운 세상이 바로 법치주의 원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