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개발사업이나 주택건설사업에 부과되는 조세나 부담금의 규모와 종류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다. 이러한 조세와 부담금이 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조세와 부담금이 중복적 목적으로 부과되기도 하고 부과의 적절성이 결여되기도 한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도 여기에 해당한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광역교통시설의 재원확충을 통한 교통난 완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간 비용부담의 형평성 확보를 통한 난개발 완화, 개발사업의 효과성과 주민의 주거만족도 제고 등을 위해 ‘대도시광역교통관리에관한특별법’에 근거한다. 즉, 기존 대도시와 신도시를 연계하는 도로, 철도 등의 광역교통망의 설치 재원의 확보를 위한 부담금이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광역교통시설의 설치 재원을 원인자부담 원칙을 적용하여 부담금으로 징수할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건설 및 개발사업으로 인해 일정 지역 내의 기반시설에 대한 비용을 충당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원인자 부담의 원칙과 개발 이익의 환수 차원에서도 적절한 수단이다. 이를 위한 조세로는 공동시설세, 도시계획세 등의 일반 재정이 있으며 기반시설 설치비용 등의 부담금이 있다.

그러나 광역교통시설은 국가 SOC시설이다. 국가 SOC시설은 특정 지역 및 계층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국가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 전체의 경제활동을 위해 사용된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지자체 관할구역을 초과하는 광역교통시설의 설치 재원을 개발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원인자 부담의 지나친 확대 적용으로 판단된다. 자연발생적 도시에 대해서도 국가는 광역교통시설을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의 도시계획 제도의 운영 결과로 인한 신도시건설 등의 결과로 발생하는 광역교통시설 설치 수요를 민간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가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불가피한 측면을 감안해도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부담금 산정 방법도 적절하지 못하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현재 택지개발의 경우 표준개발비, 주택건설의 경우 표준건축비를 기준으로 산정한 후, 수도권과 지방대도시에 대해 부과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다. 이는 부담금 징수를 위해 행정편의적으로 채택한 산식으로 실제 택지개발이나 주택건축이 유발한 광역교통시설의 유발량을 정확히 산정해 부담금을 산정하는 방법은 아니다. 즉, 표준개발비?건축비는 해당 택지개발과 주택건축에 소용되는 하나의 지표로 해당 사업의 광역교통시설 유발과는 거리가 있다.

또 부담금 산정의 기초가 돼야 하는 인구단위 또는 면적단위의 광역교통시설 용량 기준도 없다. 예를 들어 인구 1만명 당 도로와 전철의 용량 기준 또는 지자체 면적 1만㎡ 당 도로와 전철의 용량 기준 등의 기준 자체가 부재하거나 있더라도 부담금 산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수립하는 광역교통시설계획은 광역지자체 차원의 광역교통시설계획 또는 수개의 지자체가 연계된 사업 계획으로 부담금을 납부하는 사업과의 연계성이 매우 약하다. 이는 개별 지자체 단위의 광역교통시설 현재 용량과, 이 현재 용량과 기준 용량과의 차이 등을 반영한 계획이 아닌 국가 또는 지자체가 미래의 개발 계획 등을 기초로 수립한 계획이라는 것이다.

또 광역교통시설의 이용자는 신규 택지개발지역에 건축되는 공동주택 등의 입주자 또는 건축주뿐만 아니라 도시에 거주하는 주민 전체다. 부담금 대상 사업 외의 주민에 대해서는 부담금을 부과하지 않으면서 부담금 부과대상 사업지역에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을 훼손한다.

광역교통시설의 확충을 위해 징수된 부담금은 해당 광역지역의 교통시설 확충을 위해 지출되는 것이 타당하다. 현재 부담금의 40%를 국가의 교통시설특별회계에서 사용하는 것은 납부자 집단의 이익을 보장해야 하는 ‘집단적 동질성’을 훼손한다.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재정충당형특별부담금으로 징수지역과 사용지역의 관련성을 제고해 원인자 부담의 원칙과 수혜자 부담의 원칙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국가귀속 분을 현행 40%에서 30~20% 정도로 축소하고, 이 국가 귀속분만큼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인하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재정충당형특별부담금은 징수와 사용을 지자체가 담당해 중앙정부에 귀속될 수 없으며 이러한 조건 하에서 부담금의 징수가 허용된다.
앞에서 본 것과 같이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은 문제가 참 많은 부담금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