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외국도시들의 도심재생을 위한 규제혁파

가. 1980년대 영국의 대처리즘과 규제혁파

“1947년 국토 및 도시계획법(1947 Town & Country Planning Act)”은 영국 도시계획의 법률적인 근간이며, 2000년 우리가 도입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의 근간은 첫째 모든 개발행위는 선출직으로 구성된 지방정부 위원회의 행위허가를 득하여야 하며, 둘째 개발행위 신청 이전에 계획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공적이익과 사적이익을 가름하여 임의적으로 개발 행위 허가 여부를 결정하였고, 지방정부는 관할지역의 기본계획(Structure Plan)과 지역계획(Local Plan)을 수립하였다. 그러나 계획을 수립하여 승인을 받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1947년 법령 시행 후 모든 지역의 계획을 수립하는 데 20년 이상 소요), 수립된 계획은 급변하는 현실에 맞지 않으며 개발행위허가 자체가 지나치게 임의적 권한을 가지고 있어 모든 지역이 영국병으로 불리는 국가적인 침체기를 맞이하였다.
1980년 집권한 보수당의 대처 행정부는 경제자유구역(Enterprise Zones)을 지정하는 등 규제완화와 더불어 런던의 개발억제정책들을 타파하였다. 1990년 런던의 도크랜드 재개발은 런던 도심재생사업의 시범사업이었으며, 카나리워프 프로젝트 등을 통하여 런던 중심부에 수준 높은 업무시설과 주거단지를 제공하고 고급인력을 유치하여 런던을 세계 금융중심지로 자리를 확고히 하는 데 일조하였다. 카나리워프 프로젝트는 현재 유럽에서 현존하는 가장 높은 건축물로서 언론기관과 금융기관이 자리하고 있으며, 정체되었던 런던타워 주변의 금융중심지인 뱅크(Bank)지역을 대신하는 성공한 도심재생프로젝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림 8) 영국 도시계획의 흐름

(그림 7)은 영국의 도시계획의 흐름을 정리한 것으로, 1947년 영국 법령을 모태로 만들어진 우리의 법령은 규제를 계속 양산하고 있으나 세계를 선도하는 도시들은 규제 혁파를 통하여 도시경쟁력 확보라는 시대적인 흐름을 따고 있다. 각 도시들은 금융과 지식산업을 유치하여 도시의 경제력을 높이고 다양성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문화시설과 도시의 랜드마크를 집중적으로 건설하여 관광객을 유치하는 경쟁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으므로 불합리한 규제는 시급히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나. 초고층 건축과 도심재생프로젝트

서울과 경쟁하는 아시아의 도시들은 더 이상 일률적으로 건축물 높이규제로 도시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는다. 동경은 도심의 높이제한을 1960년대 31m에서 1990년대에는 100m까지 완화하였고, 2002년부터는 높이규제를 없애고 항공법에 의한 300m까지 건축을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으며, 록본기힐 재개발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도심재생프로젝트로 동경시민의 자랑거리로 자리하고 있다. 고층이 즐비한 싱가폴은 높이를 282m에 제한하고 있으나 그 당시의 경제성과 기술력을 감안한 높이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초고층 경쟁을 벌이는 홍콩, 상하이, 쿠알라롬푸르, 타이페이, 두바이 각 도시들은 높이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높이를 높일 경우 도리어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 도시들은 도시의 랜드마크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도시의 아이콘 또는 심볼로 일컬어지는 도시의 랜드마크는 도시의 이미지를 일시에 제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런던의 밀레니움 돔, 독일 뭰헨의 알리안츠 아레나 등 초고층이 아닌 건물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건축물은 문화, 공연시설로서 공공이 직접 소유한 시설이다. 서울의 경우에도 월드컵경기장 등 수준 높은 공공 건축물을 가지고 있으나, 아직까지 서울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도시와 그 도시의 랜드마크를 나타낸 그림을 살펴보면 각 도시의 가장 높은 건축물은 자연스럽게 그 도시의 랜드마크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민간 건물이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초고층 건물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도시의 상징으로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서는 디자인능력과 이를 시행할 수 있는 기술력 그리고 경제적인 능력의 조화가 요구된다. 단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공공시설에 투자하는 것은 그 사회의 시민적인 합의가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디자인이 가미된 초고층 건축물은 그 높이 자체만으로도 랜드마크가 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