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위한 기초 작업을 서둘러라

◆ 시공자 선정방법과 시기에 대하여

얼마 전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동남권 유통단지’ 입찰과정에서 공무원과 대학교수 등 수십명이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입건됐다는 것이다. 턴키방식의 입찰형식으로 주로 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로비전이 치열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턴키방식(turnkey system)은 토목·건축 입찰관련 용어로서 ‘키를 돌리면 모두 작동한다.’는 뜻으로 건축주는 키를 받아 돌리기만 하면 입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방식에서의 설계비는 보통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통 대형 공사에서 이루어지므로 부담을 가진 건설회사들은 여럿이 하나로 콘소시움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러나 낙찰받지 못하면 2등의 경우에는 대략 20~30% 정도를 돌려받을 수 있으나 나머지 3~5등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해 수백억원을 날리게 된다. 이러니 여러 회사가 개별 죽기 살기로 로비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재개발사업에서 시공자선정을 턴키방식으로 하는 사례가 있다. 주택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재개발사업장에서 그렇다. 주민들이 아닌 주택공사가 주체로서 시공자를 뽑는데, 국가계약법을 근거로 최소 5개 이상의 시공자들의 입찰후보자를 정한 후, 최종적으로 평가위원의 평가점수 등을 기준으로 선정한다는 것이다. 그 평가위원으로 주민은 배제된 채 대학교수와 주택공사 관계자등으로 구성되는 것으로, 경기도 일대의 재개발현장에서 다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23일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이하 ‘고충위’라 한다)는 ‘공기업이 참여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서 사업시행자 및 시공자선정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여기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고충위는 주택공사를 포함한 공기업이 민간 재개발사업에 참여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사업을 독점할 우려가 있으며, ‘기존의 재개발사업지에서 추진위원회의 승인까지 받았다면 주택공사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또다시 걷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결내용을 발표하였다. 토론회에서는 한 발 더 나아가 주택공사등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었더라도, 재정비특별법상 재정비촉진사업은 물론이고 도시정비법에 의한 정비사업도 주민들이 시공자를 선정하자는 내용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주택공사와 법안 관련부처인 건설교통부 주거환경팀에서는 이를 대체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이는 두 기관의 전향적인 태도로 향후 분쟁이 해소될 것으로 보여 박수를 보낸다.

사실상 주민들이 시공자를 선정하는 행태를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체나 시공자들이 배포한 금품이나 향응을 주민들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채 뒤로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주민들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고, 건설회사 관계자들은 별도의 용역요원들을 통하여 자신을 시공자를 선정해 왔고 상대방에게 그 대가로 수십억원의 금품이 건네지고 있다.

향후 수사기관에서는 새로운 스타일을 범죄행위인 등록하지 않은 기획수주회사나 용역회사에 대해서, 도시정비법 제84조의2제1호인 ‘법 제11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시공자를 선정한 자’에 해당하는 범죄로 처벌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시공자 선정시기(법 제11조)이다. 이 선정시기로 정비사업의 정도를 조절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의 인위적인 선정시기를 삭제하여,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사업초기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활로를 뚫어주어야 한다.

◆ 인위적이고 불필요한 규제부터 없애라

현재 법률의 개정은 총선 이후에 원구성이 되는 9월이 돼야 가능하므로, 그 이전이라도 건교부장관이 지침 또는 고시로 규제한 것부터 손질하는 것이 좋다. ‘정비사업의 임대주택 및 주택규모별 건설비율’(법 제4조의2),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법 제11조제2항), 주택재건축 판정을 위한 안전진단기준(법 제12조 제3항 및 제4항), ‘소형평형 의무비율’ 등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재건축 임대주택 건립의무’(법 제30조의2)’, ‘분양가 상한제’, 위헌심판청구 중인 ‘재건축조합원 명의변경금지’(법 제19조),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의한 재건축이익환수, 「기반시설부담에 관한 법률」에 의한 기반시설부담금 및 부담금관리기본법에 의한 124종의 부담금이다. 특히, 이중부담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각종 부담금과 국민의 재산권침해와 맞물린 ‘재건축조합원 명의변경금지’규정이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개정이 필요한 것은 ‘소형평형의무비율’과 ‘재건축조합원 명의변경금지’이다. 건교부는 재정비특별법 일부를 고쳐서라도 1인용가구주택공급을 역세권 개발과 연계하여 소형평형의무비율을 조정할 예정이라 알려져, 여기에서는 ‘재건축조합원 명의변경금지’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정부에서 부동산투기를 막으려고 도시정비법 제19조를 개정,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조합설립인가 후 주택을 산 자는 신축 아파트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3년 이하로 처벌하는 규정까지 두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한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나, 이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받은 수도권 일부 지역과 서울시 강동구 일대 일부 재건축추진위원회에서는 주민들의 매매편의를 인하여 조합설립인가를 고의로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이들은 사업진행을 위하여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위한 동의까지 받는 중이라 한다.

불필요한 규제는 사기업의 경제활동을 저해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행위가 난무한다는 예측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