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처로운 임대아파트 이야기

생활보호대상자인 칠순 노모와 사십대의 정신지체 아들이 함께 임대아파트에 8년간 살아왔는데 할머니가 7년 전에 집을 소유했다는 사실이 전산조회 결과 밝혀져서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32조에는 임대아파트 입주자 조건은 첫째가 무주택자이어야 하고 입주한 후에도 관계기관은 1년에 한번씩 전산조회를 하여 입주자가 집을 소유한 사실이 밝혀질 경우 퇴거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할머니가 집을 소유하게 된 사연은 참 기구했다. 할머니는 둘째를 낳고 혼자되어 두 아들만 돌보면서 살았는데 첫째는 간질병이 있었고 둘째는 정신지체자였다. 첫째아들이 사십이 넘어서 중매쟁이의 소개로 어렵게 며느리를 맞이했으나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며느리는 속아서 결혼했다며 집을 나갔고, 할머니는 며느리 앞으로 집을 장만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왔다. 그러나 얼마 후 간질병이 도진 아들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는 그 보상금과 약간의 빚을 내어 6천만원짜리 집을 자기 명의로 장만하여 며느리를 이 집에 살게 했다.

그런데 며느리는 재혼을 했고 자신의 집이라며 할머니를 상대로 명의이전 소송을 제기하자 대법원은 이집의 소유권은 할머니로 인정을 하면서도 할머니는 며느리에게 4천만원을 주라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이 있기 전에 할머니는 이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 버렸다.

할머니는 참 나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을 하였지만, 현재 사십대의 정신지체 아들과 함께 사는 칠순 노모의 모습이 그려졌다. 아무 생계 수단도 없고 자신이 죽으면 아들을 누가 돌보아 줄 지 걱정만하는 근심어린 주름잡힌 할머니의 얼굴...

할머니는 둘째아들이 자신이 죽은 이후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며 집을 판 돈으로 아들의 재활 치료를 시켰다. 현재 할머니의 기력이 폐지 줍기도 힘에 겹다보니 임대아파트 관리비 낼 돈도 없고, 이미 집을 소유한 적이 있었다는 이유로 임대아파트에서는 쫓겨나게 될 형편이다.

할머니는 우리 고충위에 이 임대아파트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민원을 해결할 수 없는 이유는 이 할머니보다 더 기구한 사연을 가진 임대아파트에 입주하고자 대기 순번을 가진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할머니와 같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법에서 규정한 조건대로 행정청에서는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반면 이런 민원도 있다. 재개발 단지에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 집값이 떨어지고, 아이들의 교육에 지장이 있으니 임대아파트가 건설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민원이었다. 그런데 이 재개발단지는 처음에는 약40%정도가 임대아파트로 계획되었던 것을 주민들이 원한다는 표면상의 이유로 약10%미만까지 임대아파트 비율을 낮추었던 것이다.

그런데 근본이유를 생각하면 공기업은 임대아파트보다는 분양아파트를 지어야 이윤이 많이 남게 되고, 이를 승인한 행정청은 임대아파트가 많이 들어오면 세금도 일반아파트에 비해 덜 거쳐질뿐더러 생활보호대상자가 많게 되어 이들을 위한 복지비의 지출이 많아져 임대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을 꺼려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못사는 서민들을 위해서는 임대아파트를 많이 지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우리 단지에만은 임대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임대아파트 정책이 쉽지 않다. 그래도 새정부는 임대아파트를 많이 건설할 수 있는 정책을 심도 있게 연구하여 할머니와 같은 서민들이 잠자리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복지국가를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