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어느 신문에서 “3만원 상당 점심식사 대접도 공무원 직무관련 제공했다면 뇌물공여”라는 제목으로 대법원 판결을 인용한 기사를 봤다.
A지역 재건축 조합장인 김씨는 2002년 12월경 당시 A지역 구청 주택과장인 K씨를 식당으로 불러 1만8000원 상당의 장어구이를 대접하면서 조합설립인가가 늦어져 재건축사업 추진이 어려우니 빨리 설립인가가 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부탁했다. 김씨는 1월에도 1만2000원 상당의 점심식사를 제공하며 설립인가를 부탁한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월, 2심에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겨우 2만원도 안 되는 점심식사 대접을 2회 했다고 교도소에서 6개월을 살아야 한다는 건 상식과 일반인의 경험에 반한다. 그렇다면 ‘법은 상식’이라는 그 동안의 지론이 무너져야 하는 일. 공무원은 1회 3만원까지의 식사접대를 받을 수 있다는 공무원윤리강령도 바뀌어야 한다. 간단한 일은 아니다. 틀림없이 무언가 기사에서 빠뜨린 내용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구체적인 사안을 알아봤다.

사건번호와 죄명은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6도8779 뇌물공여 및 업무상배임, 뇌물공여의사표시이다. 1심, 2심, 대법원 판결을 모두 찾아봤더니 사안은 이렇다.
김씨는 1999년경부터 A지역 재건축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했는데 2002년경까지 「주택건설촉진법」상 주민동의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2003년 7월1일 자로 시행예정인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일 이전까지 조합설립인가를 받아야 했다.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서울시의 ‘기본계획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일이 복잡해진다.
김씨는 A지역 재건축사업 인ㆍ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구청장에게 접근을 시도한다. 먼저, A지역 구청장과 오래전부터 친구사이로 지낸다는 구의회 부의장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는다. 2002년 9월경 구의회 부의장실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부탁하면서 부의장에게 현금 1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주려 하였으나 거절당한다.

김씨는 포기하지 않고 그 무렵 새로 부임한 A지역 구청 주택과장에게 접근한다. 2002년 12월 중순 식당에서 1만8750원 상당의 장어구이 등 점심을 제공하고, 2003년 1월 초순경 다시 만나 1만2000원 상당의 점심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2003년3월경 주택과장의 집으로 찾아가 현금 500만원의 봉투가 들어 있는 과일바구니를 건네주었으나 또다시 거절당한다.

김씨는 결국 2회에 걸친 뇌물제공 시도에 대해 ‘뇌물공여의사표시죄’로, 2회의 점심제공에 대하여 ‘뇌물공여죄’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형법은 뇌물공여가 거절됐을 경우에도 공여자는 처벌받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김씨는 자신 명의로 된 조합의 업무추진용 신용카드로 250만원짜리 골프채를 개인용으로 구입했다. 조합통장으로부터 자동결제가 되는 카드이므로 업무상 배임죄가 추가되었음은 물론이다.

검찰의 충분한 입증으로 1심과 2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되었다. 결과는 집행유예. 김씨의 변호인은 현금을 제공하려다 거절당한 부분에 대하여는 더 이상 다툴 명분이 없자 점심식사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점심식사 제공은 단순히 사교적 ? 의례적인 범위내로서 뇌물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와 주택과장 사이에 사적 친분관계가 없었던 점, 식사를 하게 된 경위와 시기 등에 비추어 뇌물로 봐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렇게 전체 사안을 알고 나니 대법원 판결에 납득이 간다. 한편, 판결의 결론만 뽑아서 다중에 알리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많아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법은 상식’이라는 개인적 지론이 무너지지 않아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