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제11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 회의를 통해 MB 정부의 ‘건설선진화 방안’이 발표됐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내용은 상습·중복된 건설업체의 법질서 위반사항에 대해 처벌 법규 실효성 제고에 관한 내용이다. 즉, 뇌물수수·입찰담합의 경우, 1차적으로 영업정지 등 실효성이 낮은 기업활동 제약형 처벌보다 경제적 패널티(과징금)를 부과한다. 다만, 일정기간 내 재위반시에는 등록말소 등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된다.

현재 건설 관련 입찰담합 및 뇌물수수의 처벌은 관련자 개인을 처벌한 후, 법인에게는 영업정지 처분이 부과된다. 영업정지는 법인인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개인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개인 범죄의 경중이나 법인의 개입 여부 및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대상 건설업체는 필사적인 법적 대응으로 맞선다. 실제로 행정제재 처분에 대한 업체의 법적 대응으로 처분이 확정까지는 시간과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는 처벌 법규의 실효성을 저하시키고, 건설업체의 경영에 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그 동안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영업정지 처분보다는 경제적 페널티인 과징금을 대폭 증액해 기업의 법질서 준수를 유도하자는 대안이 제시됐다. 그런데, 1차적으로는 증액된 과징금을 부과하고, 2차적으로는 등록말소를 통해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방안이 추진된다. 과연 이 방안은 실효성이 제고된 방안인가? 아니다. 둥록말소 처분 또한 영업정지 처분과 같은 기업의 대응으로 실효성의 제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또한 2차 위반 시 등록말소 처분은 정당할 수 있는가? 법인 소속인 개인이 법질서 위반에 대해 자유형, 벌금형, 과태료 등의 행정벌을 받은 경우 그 개인의 질서위반정도에 부합하는 수준에서 법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행정처벌의 비례의 원칙에 부합한다.

 

그러나 개인이 법인인 기업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경우와 개인의 범죄 정도가 그리 크지 않은 경우에도 2차적인 위반에 해당하는 경우, 법인인 기업의 입장에서 사형선고와 같은 등록말소 처분을 부과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훼손한다. 필자는 소수의견이지만 법인의 처벌과 행정제재 처분의 부과는 헌법에서 금지하는 이중처벌에 해당하고, 처벌의 과잉성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결국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을 위해 법 위반 시 개인과 기업을 엄격하게 처벌하되, 기업의 경우는 영업정지, 등록말소 등과 같은 타격이 심한 처벌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과징금 등을 대폭 인상·부과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상태에서 처벌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선진화 방안과 같다. 그리고 2차 위반의 경우에도 과징금을 1차에 비해 대폭 인상해 부과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법인인 기업의 처벌은 법인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되 사업주의 과실은 추정되는 것으로 보고 사업주가 선임·감독 상의 과실이 없음을 입증토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