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조합의 설립변경절차와 정관변경절차의 중복

조합의 설립변경과 정관변경 절차
도시정비법은 조합의 설립 및 변경과 정관의 변경에 대해 별개의 요건과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도시정비법 제16조, 제20조), 규정의 문리에 의하면, 조합의 설립과 변경에 토지등소유자 등의 동의와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경미한 사항의 변경은 조합원의 동의가 생략되며, 인가 대신 신고하면 된다. 그런데 정관은 작성에 인가가 요구되지 않으나, 변경에는 설립 또는 그 변경인가의 조합원 동의 요건보다 약화된 과반수 혹은 3분의 2 이상의 동의와 인가를 받아야 하며, 전자와 일부 달리 정한 경미한 변경은 조합원의 동의를 총회의 의결이 갈음할 수 있되, 인가가 생략되지는 않는다.

사단법인의 설립과 정관변경의 허가
민법은 사단법인의 설립과 정관변경에 대해 주무관청의 재량행위로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으나(민법 제32조, 제42조), 설립허가 받은 사항의 변경절차는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다. 법인설립허가의 구체적 대상은 설립행위에 대한 허가일 것이며, 설립행위는 정관의 작성이다. 따라서 정관작성은 설립행위의 본질로서 이미 설립허가를 통해 심사됐던 것이고, 설립허가 받은 사항의 변경은 정관의 변경으로 집약되므로, 정관변경이 곧 설립에 있어 허가 받은 사항의 변경이라 할 수 있다. 법인설립허가 후에도 주무관청은 민법의 정관변경에 대한 허가규정과 법인설립의 근거법률에 의한 개별 허가규정(최근의 추세는 사적자치와 규제완화 차원에서 허가사항을 축소하는 경향이다)에 의해, 최초 허가받은 설립사항의 변경을 감독하게 되는 것이다.

규정의 중복
도시정비법은 민법의 규정체계와 달리 설립인가 받은 사항을 변경하는 때에도 인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변경인가의 대상은 설립인가 받은 사항이 무엇인지를 밝혀야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설립행위는 정관의 작성이고(실제 설립인가신청서에 첨부하는 서류의 내용은 설립동의 기타 법인의 특성에 기한 사항 외에 조합정관에 정할 사항과 별 차이가 없다), 정관의 변경에 인가를 요구하면서 그 작성을 인가사항으로 규정치 않은 것은 정관이 설립인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관의 변경은 설립인가 받은 사항의 변경에 포함된다. 그런데 정관변경에 대해 절차와 요건을 달리 규정하여 정관이 변경되는 때에 어느 규정이 적용될 것이냐가 실무상 문제다.

실무의 적용례
이와 같은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관련관청의 정관변경 인가 혹은 등기 심사시에 동의절차 완화와 경미한 변경의 인가생략은 전혀 고려되지 않게 된다. 즉, 정관변경이 있는 때에 관청은 정관변경에 대한 완화 규정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설립인가 받은 사항의 변경이기도 하므로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가 있었는지를 심사하게 될 것이며, 그것이 경미한 사항일 때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없이 신고에도 불구하고, 정관변경에 대한 총회의 결의와 인가여부를 심사할 것이다.
이에 대해 절차의 간소화측면을 강조해 정관변경을 설립사항의 변경이라 할 때, 정관의 경미한 변경은 조합원의 동의는 물론 총회의 결의까지 생략해 시장?군수에 대한 신고만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이의 실무는 처한 지위에 따라 조합은 간소화 측면을 기대하고, 감독관청은 양규정을 중복 적용하려 한다. 또 등기관은 변경사항이 정관이라면 정관변경규정에 따르고 정관 이외의 사항이라면 설립사항의 변경인가규정을 적용하려는 입장으로 나뉜다(아직까지 이에 대한 등기선례 기타 유권해석이 발견되지 않고 있는바, 필자는 위 조합과 등기관의 적용입장에서 정관변경에 수반한 법인변경등기를 수행했다).

양규정의 관계를 명확하게 할 필요
도시정비법의 설립인가규정은 설립뿐 아니라 그 변경에도 설립과 다름없는 동의절차와 인가를 통해 공법인으로서 조합을 엄격히 감독하고, 정관변경규정은 정관의 자치 법규적인 면에서 사적자치의 규제를 완화해 구성원의 의사에 따른 정관변경을 허용하되, 각 경미한 변경에 대해서는 간이절차를 마련하고 있어, 소기의 입법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양규정이 어떤 관계인지 명료치 않아 실무상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경미한 변경은 조합원의 권리?의무 기타 정비사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항임에도 총회결의와 인가 등의 절차에 의해 시간과 경비가 소모될 수 있다. 나아가 인가는 기속행위라는 점과 등기관의 형식적 심사권을 고려하면, 양규정의 적용범위를 명확하게 해 재량의 여지와 해석의 다툼을 줄여야 할 것이다. 보통은 설립인가 받은 사항의 변경절차규정만을 두거나, 민법의 사단법인과 같이 설립인가 받은 사항의 일반적인 변경절차규정을 두지 않고 특히 중대한 사항을 변경할 때의 절차를 별개규정으로 정하는 것이 보다 선명한 규정체계일 것이다. 다만, 현행 중복규정에 대해서도 정관변경규정에 정관의 변경 시에는 설립인가 받은 사항의 변경규정이 배제되는 점과 경미한 변경일 때 조합원의 동의나 총회결의 없이 시장?군수에 대한 신고에 그치는 점을 명백히 해, 양규정의 중복적용을 해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