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달 1일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공공관리자제도’를 도입하는 등 종전 사업 방식을 대폭 바꾸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놨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지자체간 여건차이가 큰 점을 감안해 현재 단계에서 해당 제도를 의무화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울 성동구는 지난달 31일 공공관리자제도가 처음 적용되는 성수 전략정비구역 4개 지구 재개발사업의 정비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 입찰공고를 냈다고 밝혀 큰 혼란이 예상된다.

아직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 가량 줄고 사업기간도 1~2년 단축돼 부담과 수익 측면에서 혜택을 볼 거라는 서울시의 발표만을 믿고 공공관리자제도가 법제화될 때까지 사업을 연기하거나 재검토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추진위가 선정된 지역에선 추진위 주도권을 빼앗긴 측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고 일부 지역에선 추진위 선정을 취소하려는 법적 소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내놓은 주거환경개선정책 중 도시정비법의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은 ▲공공관리 운영 매뉴얼 수립 ▲추정사업비 산정프로그램 개발 ▲서울시내 재개발 정보를 망라한 클린업 홈페이지 개설 등 3가지 정도로, 이를 통해선 서울시가 주장했던 제도개선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공공관리자제도는 정비사업 추진과 시공사 선정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비업체 부패행위가 주민들의 비용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치구 구청장을 중심으로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주된 골자다.

구청장은 정비구역 지정부터 주민들로 구성된 사업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계자와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까지 관리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 SH공사나 주택공사가 관리대행을 맡아 사업 전반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과연 이것만으로 1억원 정도의 조합원 분담금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시의 발표대로라면 정비사업에 참여하는 정비업체, 건설업체, 추진위 임원 등이 모두 부패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참여자들의 노력으로 아무런 부패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곳도 많다고 생각되며 이러한 사업구역은 분담금을 줄인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또한 주택공사나 SH공사 등이 재개발, 재건축 행정용역비 등 업무 위탁수수료를 청구한다면 오히려 조합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재개발, 재건축 현장은 모든 갈등의 집합소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개입해서 갈등이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공공기관이므로 갈등해소를 위한 행동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아 사업진행이 늦어질 우려가 높다. 지금 추진위나 조합 임원의 경우보다도 뒤떨어지는 전문성을 가진 공무원이나 공사 직원이 관리를 맡는다면 이 또한 문제다.

따라서 서울시나 국토해양부는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도입 시에는 공공관리자 참여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담당자는 전문지식을 갖추고, 조합원간 갈등발생시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문제해결 노력과 더불어 이 과정에서 생긴 일에 대해서는 면책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