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선진화되고 투명화될 수록 남성들은 점차 활동의 자유가 줄어드는 느낌이다. 예전에는 범죄로 취급되지 않거나 처벌규정이 있어도 사문화돼 실제 집행이 되지 않던 행위가 점차 처벌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성매매행위가 그렇다. 룸살롱에서 술 마시고 소위 2차 나가는 것이 범죄행위인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은 다르다. 2차를 취급하는 룸살롱 업소가 종종 단속될 뿐 아니라 손님들도 처벌을 받아 곤혹을 치르곤 한다.

강남의 어떤 유흥주점에서 관광호텔 건물의 3개층을 임차해 일부는 유흥주점, 일부는 객실로 이용하면서 소위 2차를 취급했다. 관광호텔을 임차한 유흥주점 업주 ‘갑’은 2차를 생각하고 오는 술손님들을 상대로 마담을 통해 매출을 올리는 한편, 객실사용료 5만원을 받아 수익을 늘렸다. 소위 2차 값은 30만원이다.

한편 갑은 술값 매출에 대한 세금과 임차한 관광호텔 객실사용권 수익에 대한 세금등 부과를 의식해 관할 세무서 직원인 ‘을’을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았다. 을은 갑에게 “사장이 운영하는 유흥주점영업과 관련해 세금문제나 영업허가 등에 대해 문제가 생기면 다른 담당공무원에게 부탁해 도움을 줄 테니 그 대가로 1000만원을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판결에는 명백하지 않아 기록을 봐야 알겠지만 어떤 경위로인지 이 업소가 수사선상에 올랐다.

갑은 손님과 여성접대부가 성매매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객실사용료 5만원을 받고 호텔객실을 제공했다는 혐의로, 손님은 30만원을 주고 성을 매수한 혐의로, 세무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요구했다는 혐의로 모두 재판에 회부됐다.

세무공무원은 1000만원을 받지도 못했으면서 왜 문제가 됐는지 궁금하다. 손님도 그렇다. 장부에 손님 이름을 적어놓지는 않았을 텐데 문제가 됐다.

간혹 술값을 신용카드로 계산해 인적사항이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1심에서는 갑, 을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성을 매수한 손님은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성매매 상대방인 여성접대부는 용서를 받았는지 함께 재판받지는 않았다.

2심에서는 반전이 있었다. 형법 제132조에서 말하는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해 뇌물을 수수, 요구 또는 약속한다는 의미에 대해 좀 더 설명이 필요하다.
‘반드시 상대방인 다른 공무원이나 그 직무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될 필요까지는 없지만,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이고 뇌물수수 등의 명목이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

따라서 해당공무원에게 잘 보이면 그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거나 손해를 입을 염려가 없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 속에 뇌물을 교부하고, 뇌물을 수수하는 자 역시 공여자가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뇌물을 교부하는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이를 수수했다는 정도의 사정만으로는 알선 뇌물 요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2심은 이와 같은 법리를 토대로 “을이 갑에게 1000만원을 요구한 명목은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세금문제나 영업허가 문제 등에 관하여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정도의 막연한 기대감을 전제로 한 것이라 보이므로 알선 뇌물 요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을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에서는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도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한다.

덧붙여 “알선행위는 장래의 것이라도 무방하므로 뇌물을 요구할 당시 반드시 공여자에게 알선에 의해 해결을 도모해야 할 현안이 존재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본건 사안을 보는 눈은 2심과 다르다. 유흥주점 영업과 관련해 세금문제나 영업허가등에 관해 문제가 생기면 다른 담당공무원에게 부탁해 도움을 줄 테니 그 대가로 1000만원을 달라고 했으면 그 내용자체로 “을이 알선할 사항이 다른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임이 명백하고, 뇌물요구의 명목도 그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막연한 기대감’을 넘어서 “알선 할 사항이 구체적으로 특정됐기 때문에 유죄”라는 의미로 파기하고 사건을 2심으로 되돌려 보냈다.

성매매를 알선하고 뇌물을 알선해 알선이 넘친 사건이다.
대법원의 결론이 일응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