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한국리모델링협회 윤영선 부회장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확실한 미래 유망 시장이다. 2010년경을 넘어서면 리모델링은 신축 및 재건축․재개발과 더불어 우리나라 주택사업의 3대 영역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다만, 신축과 재건축․재개발이 새로운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이라면 리모델링은 기존 주택을 허물지 않고 새롭게 주거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리모델링은 사업추진방식이나 사용되는 기술이 상당히 다른 새로운 유형의 공동주택 공급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미래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성장은 이러한 사업적 특성과 요구되는 기술을 얼마나 잘 개발하고 적용시키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잠재적 수요가 크다하더라도 그것에 부응하는 사회적 노력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된 성장 궤도를 밟아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리모델링 시장은 정부와 건설업체 그리고 아파트 주민 등 세부분의 주체들이 각자 역할을 제대로 이행해 나갈 때 발전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고 제자리를 잡아나가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기업 즉, 건설업체는 기술과 사업성 측면에서 리모델링을 경제적으로 실현시키는 공급주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한편, 아파트 주민은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최종 수요자로서 현명한 선택을 할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갖고 있다. 미래 리모델링 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이 삼자의 조화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 현 시점에서 중요성을 말한다면, 당장은 정부의 역할이 가장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리모델링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마찬가지로 주민의 집단적 의사결정을 통하여 추진하는 사업임과 동시에 기존 건물의 골조를 유지하면서 개선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다양한 건축규제의 완화와 제도적 지원을 요구한다. 지금까지 도입된 리모델링 관련 제도는 어느 정도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기본적인 제도의 틀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유도하고, 주민의 다양하고 실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 이와 관련 정부가 당장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하여 개선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면 크게 다음 세 가지 부문으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원활한 리모델링 추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사업 절차를 보다 쉽게 이해하고 적용하도록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재 리모델링에 관한 절차는 주택법령에 규정되어 있는데, 부분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다보니 명확한 절차 규정이 미흡한 편이다. 제도적으로 리모델링은 다양한 주체들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은 리모델링주택조합 설립을 통한 방식이다. 따라서 정부는 재건축처럼 리모델링주택조합을 안정적으로 설립하고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관행을 정착시키도록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주택법 내에 리모델링에 관한 별도의 장을 만들거나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주민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건축규제의 완화와 증축 범위에 대한 유연한 접근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행 건축법에서는 리모델링 시 건축기준의 적용을 완화시킬 수 있는 근거를 두고 있으며, 주택법에서는 30%까지 주거 전용면적을 증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건축기준의 완화와 증축 범위 허용은 허가 기관인 일선 시․군․구청에 권한이 위임되어 있다. 그러나 일선 자치단체에서는 민원 발생 등을 우려하여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거나 불합리하게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아파트 단지의 다양한 특성과 주민의 요구를 고려하여 보다 신축적으로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축 또는 재건축시 요구되는 건축기준 가운데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그 특수성을 고려하여 보다 완화된 방식으로 적용이 가능하도록 세심한 고려를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리모델링에 대한 조세 및 금융상의 지원책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공동주택 리모델링은 절차 규정의 개선과 건축 관련 규제의 완화만으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의 내용이나 범위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리모델링은 비용이 만만찮게 드는 사업이다. 따라서 주민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된다. 그런데, 아직은 이와 관련된 제도적 지원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리모델링에 따른 취득세 및 등록세를 경감해 주는 등 조세상의 부담을 줄이는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간금융의 자금조달을 규제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제한 규제를 리모델링의 경우에는 완화해 주어야 할 것이다. 한편, 리모델링의 경우에도 공적 대출제도인 국민주택기금을 보다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